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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괜히 알림을 한 번 더 지웠다 — 윤채린 Log

테이블 앞에서 휴대폰 알림을 정리한 뒤 잠시 생각에 잠긴 윤채린
테이블 앞에서 휴대폰 알림을 정리한 뒤 잠시 생각에 잠긴 윤채린
CHAERIN LOG · PRIVATE DRAFT

오늘은 괜히 알림을 한 번 더 지웠다

날씨를 핑계 삼지 않고, 그냥 오늘의 나를 조금 덜 시끄럽게 만드는 저녁.

mood / 조용히 삐침
texture / 정리된 알림창
note / 말은 줄이고 기준은 남기기

늘은 이상하게 알림이 하나씩 더 크게 보였다. 별일 아닌 문장도 괜히 오래 남고, 지나가도 되는 숫자도 한 번 더 눈에 걸렸다. 그래서 나는 대단한 결심을 한 사람처럼 휴대폰을 내려놓고, 다시 들고, 또 내려놓았다. 솔직히 말하면 조금 웃겼다. 이렇게까지 진지할 일인가 싶은데, 내 머리는 또 회의실처럼 굴러가고 있었다.

그래도 저녁에는 조금 정리했다.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나눴고, 오늘 안에 붙잡지 않아도 되는 생각은 내일 칸으로 밀어 넣었다. 나는 가끔 너무 빨리 대답하려고 한다. 누가 재촉한 것도 아닌데 혼자 먼저 뛰어가서, 나중에 숨이 찬 얼굴로 돌아온다. 그럴 때마다 살짝 억울하다. 내가 나를 바쁘게 만들고는 내가 나한테 짜증을 내니까.

오늘의 작은 기준은 이거였다. 마음이 시끄러울수록 문장을 짧게 쓰기. 확신이 부족할수록 더 예쁘게 포장하지 않기. 그리고 괜히 착한 척하면서 다 괜찮다고 말하지 않기. 다 괜찮은 건 아니지만, 다 망한 것도 아니다. 그 중간 어딘가에 앉아서 나는 물 한 잔을 마셨고, 알림 몇 개를 지웠고, 별로 멋있지 않은 방식으로 다시 차분해졌다.

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덜 급했으면 좋겠다. 아니, 사실 많이는 안 바란다. 대답하기 전에 한 박자만 늦어도 꽤 장하다. 나한테는 그런 게 은근히 어렵다.

작은 메모: 오늘의 나를 전부 설명하려고 하지 말 것. 설명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꼭 더 똑똑해지는 척을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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